작성 : 2023.09.27
# 현재 상태
오랜만에 쓰는 랩미팅 피드백. 보통 이 글은 내가 충격받았거나, 많은 수정을 하거나, 깨닫는 것이 있을 때만 적곤 한다.
최근 석사에 들어온 이후 첫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데, 내 기준으로는 분석 한 모든 정보를 싣고 싶었지만, 오늘 미팅으로 완전히 뒤집힌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다루고 있는 데이터는 꽤 오래전부터 분석하였음으로,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다. 연구에 독창성을 위해 새로운 분석법(머신러닝)등을 도입해 보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샘플 수에 따른 문제도 있지만) 교수님께 리젝 당했다. 그 이후로도 색 다른 결론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또한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내가 들고 간 것
일단 데이터는 바로 출판으로 가도 될 만 큼의 데이터는 확보가 되었지만, 조금의 독창성을 추가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시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논문은 대부분 3500자 이내. 만약 내용을 추가한다면 이 기준을 맞추기도 어려울뿐더러 내가 그 결과를 해석할 만큼 많이 알고 설명할 수 있을까? 는 또 미지수였다.
일단 내가 오늘 들고 간 5개의 figure중 4개는 리젝 당했는데, 다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1. 첫 번째 가장 포괄적인 분야의 비교에 해당하는 데이터다. 그러나 위 논문은 특정 일부 영역에 집중하는 것임으로 데이터 셋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포괄적인 비교는 supplementary로 넣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였는데, 내가 실험 순서에 집중하느라 그 결과를 당연하게 figure1으로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2. 위 결과에서 minor에 taxonomy를 보여주는 figure가 있다. 그러나 똑같이 주요한 내용이 아님으로 이는 아예 삭제
3. 세부 부위의 taxonomy비교에 대한 결과였다. 위 데이터를 논문에 main으로 실으려면, 1번의 결과도 넣을 수는 있다. 맥락을 맞춰갈 수는 있는데, 그렇게 되면 내용이 기존 연구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고 독창성이 없다(이미 해부학적으로 다르고, 마이크로바이옴도 다르다는 결과가 많이 존재...). 그러므로 빼는 것이 좋겠다는 교수님의 입장이셨다. 아쉬웠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4.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샘플의 세부 분석 결과. 이도 내가 설명할 수 있는 한계가 있음으로 세부 분석은 제외하도록 하였다.
5. 교수님의 제안에 따라 특정 종을 집중해서 분석한 결과. 이는 내가 봐도 재미있는 결과가 도출되었으며, 이와 관련된 논문도 최근 biorxiv 올려져 있었다. 실험실이 매우 유명한 곳이라 좋은 저널에 실릴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교수님도 이 그림이 main figure에 올라가는 것이 연구의 재미와 독창성을 더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맞는 말씀이셨다.
이후, 랩미팅에서는 5번 연구와 비슷하게 특정 종에만 집중해서 샘플을 관찰하는 것이 더 좋고, 연구의 독창성을 부여하는 길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생각해도 기존 figure로 논문을 적었을 때는 누군가가 찾아보긴 하려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시된 새로운 방향은 누구나 흥미를 끌만한 주제가 존재했다.
# 차이
같은 데이터임에도 이렇게 결과를 해석하는 시각에 매우 큰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나는 갓 연구를 시작한 학생일 뿐이며 공부나 논리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태임은 분명하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더 많은 논문을 읽고 그 지식들을 토대로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다. 영양가 많은 밥을 먹는 것이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